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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뉴 페러다임 ESG, 석유 공룡을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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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이사의 등장, 엑슨모빌(ExxonMobil)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에 환경주의 정책을 요구하는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가 이사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탄소 감축을 강조하는 소형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 (Engine No.1)’이 총 12석 가운데 3석을 확보하게 된 건데요. 그동안 엔진넘버원은 엑슨모빌이 기후 위기에도 불구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사업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해왔죠.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후보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결국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엔진넘버원이 경영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Reuters_Jessica Rinaldi

 

 

이러한 배경에는 엑슨모빌의 소극적인 기후변화 행보와 더불어 지난해 224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적 악화는 기관투자가들이 소액 주주에 불과한 엔진넘버원(0.02%)의 손을 들어주게 하는 계기가 되었죠.

실제 엑슨모빌의 2대 주주로 지분 6.7%를 보유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엑슨모빌의 전략적 방향과 이에 따른 장기적인 재무 성과, 경쟁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엔진넘버원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엔진넘버원의 이사회 합류로 엑슨모빌은 경영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데요.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는 “(엔진넘버원 측 후보로 이사회에 들어오게 된)두 이사를 환영한다. 이분들과 모든 주주를 위해 건설적으로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며 환영 인사를 전했지만, 앞으로 CEO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석유 기업이 화석연료 노선에서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역사적인 패배"라고 전했습니다.

 

 

주주들의 탄소 배출량 감축 의지, 셰브론(Chevron)

 

미국 내 2위 석유업체 ‘셰브론’의 이사회는 주총에서 간신히 재신임을 얻었지만, 탄소 감축에 대한 압박은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네덜란드 행동주의 환경단체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제안한 탄소 감축 계획을 실행하라는 내용을 이사회가 받아들였고, 주주 중 61%가 “셰브론이 직접 배출하는 탄소뿐 아니라 회사 제품의 최종 사용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도 감축해야 한다”라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물론 이번 결의안에 구속력은 없지만, 경쟁사인 엑손모빌 주총에서의 반란을 직접 목격한 셰브론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앞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과 관련해 더욱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죠.

 

ⓒ Intelligentliving

 



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환경단체들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고, 환경단체들은 “이번 승리는 미국 자본주의와 글로벌 석유사업의 중심을 기후 위기로 삼으려는 운동가들의 노력에 커다란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조인들의 진단을 인용해 “이번 판결이 석유회사들에게 새로운 법적 분쟁을 안겨주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비단 석유회사들뿐 아니라 여타 환경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산업군에 더 엄격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사상 최초! 법원으로부터 탄소 감축 명령을 받은, 로얄더치셸(Royal Dutch Shell)

 

엑슨모빌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메이저 업체인 유럽의 ‘로열더치셸’이 환경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해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9년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현지 환경 단체(Friends of the Earth, Greenpeace 등 7곳 환경단체 연합)가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파리기후협정 이행 의무화를 요구하며 네덜란드 법원에 제소한 것인데요, 이에 사법부는 “현재 탄소 감축 이행에는 위반 사항이 없지만, 향후 감축 의무를 위반할 수 있는 상황이 임박했다”고 지적하며 환경단체 의견을 수용해 로열더치셸을 패소했습니다.

글로벌 석유회사가 탄소 배출 책임으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감축 명령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인데요. 헤이그 법원은 시추를 비롯한 석유 채굴 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석유, 가스 등 연료 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석유 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 판결은 당초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축소하겠다는 로열더치셸의 자체 계획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입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세계 최대 탄소 배출 기업 가운데 하나인 로열더치셸이 파리기후협정에 부합하는 배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을 획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환경운동가인 로저 콕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면서 "다른 대형 탄소 배출 기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환영했습니다.

과연 여기서 글로벌 석유회사의 고난은 끝일까요?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다른 유럽 국가에 선례가 될 수 있고, 규제 당국과 시민사회로부터 탄소 배출 문제로 공격받고 있는 에너지 집약 산업군들은 추가로 소송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석유 기업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산업군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 Milieudefen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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