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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넷제로,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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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과 Z 세대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는 인류는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다. 미래에 역사학자들은 현대 역사를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 그중 가장 중요한 변화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실질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과 디지털 전환이 가공할 속도로 우리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삶은 이제 ‘Sustainable and Digital Transformation’의 길로 들어섰으며 되돌아갈 수도 없고, 되돌아갈 이유도 없을 것이다.
 

1987년 UN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정의할 때만 해도 현재 세대의 생산과 소비 행태로 인해 불행해질지도 모르는 미래 세대의 출현이 21세기 중후반이나 될지 모르는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우리가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가벼운 경각심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불과 30여 년 만에 그 미래 세대는 기후변화의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Z 세대의 출현을 보게 되었다. 이 Z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한 MZ 세대의 사고와 행동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촉진하고 있으며 ESG 트렌드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 올해 18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2019년 UN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 회의에서 연설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 있다. 

 

 

넷제로의 다양한 의미 

BASF는 물론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등 국내외 기업들이 2050년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선언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 2018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 그 실현 가능성과 달성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철강과 시멘트 산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화학산업은 평균적인 노력 정도로 기후 위기 시대를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SBTi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에 의하면 화학산업은 전세계 제조업 제품의 95%에 원재료 등으로 사용되며 전세계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화학산업의 중요한 기여 없이 2050 글로벌 넷제로는 공염불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제로)이 되는 상태

 

 

넷제로 달성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향후 많은 이슈를 고려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가 달성할 넷제로에 어떤 범위(Scope)의 배출을 포함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법규나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있어서도 그 범위는 다르다. 유럽에서 논의되는 탄소국경조정세의 경우에는 현재 scope1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는 scope1과 2를 포함한다. 그러나 자발적 감축 목표 선언은 그보다 더 이상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scope3를 포함한 탄소 네거티브 목표를 선언했다. 

 

▲ 마이크로소프트의 2030년 탄소 네거티브 실현 계획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적 감축 또는 scope4라고 불리는 회피 배출(Avoided Emission)에 대한 개념 정리도 필요하다. 법규 대응은 아닐지라도 전략적 활용에 대해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석유화학 산업 제품은 혁신을 통해서 다운스트림 산업에서의 탄소 감축을 지원한다. 예를 들면, 풍력 블레이드, 태양광 패널, 단열재, 전기차 등에서 저탄소 기술을 가능하게 해 준다.

 

각기 다른 단위에서의 넷제로

 

국가와 기업 단위의 넷제로 선언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업 단위의 넷제로는 개별 제품과 사업장 단위의 넷제로 달성으로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사업장이나 제품 단위의 넷제로 계획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다. 예를 들면, 다우(Dow)는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에틸렌 크래킹 공장을 캐나다 앨버타 주 사업장에 계획 중이다. 연산 180만 톤의 이 공장은 2027년 가동될 예정이며 2029년까지 탄소포집저장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다우의 전세계 에틸렌 설비의 탄소배출을 2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동안 다우는 폴리에틸렌 생산능력을 3배 증가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생산 설비는 급증하는데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비동조화 상태인 디커플링(Decoupling)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발상을 보여 주는 기업도 있다. 타일식 카펫 생산으로 전세계 친환경 바닥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터페이스(Interface)사는 최근 탄소 배출량을 제로 이하로 줄이는 넷네거티브(Net Negative)* 카펫을 출시했다. 제품 단위의 넷네거티브 최초로서 제품의 생애주기(Lifecycle)에서 배출보다 제거한 탄소가 더 많은 제품이다. 재활용비닐과 식물가공 원재료에 연소후배출물(Smokestack Exhaust)로 만든 라텍스를 혼합하여 만든 중간재에 회수된 나일론 재료를 씌워 촘촘히 짠 이 제품은 1제곱미터 당 300g의 탄소 제거 효과를 가진다. 즉, 이 제품을 만들고 사용할수록 대기 중 탄소가 감소함을 의미한다. 1990년대 생애주기 탄소배출이 20kg이었던 평균 크기의 회의실 카펫이 이제는 오히려 5.4kg 정도의 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한다

 

*넷네거티브(Net Negative): 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제거)함으로써 탄소 순 배출량이 마이너스(즉 제로 이하)가 된 상태

 

▲ 넷네거티브 카펫을 출시한 인터페이스사 홈페이지

 

그린 디지털 솔루션

네덜란드 북부에 위치한 경제특구 탑더치(Topdutch)에는 켐포트 유럽(Chemport Europe)이라는 화학산업 클러스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에너지, 플라스틱, 화학, 금속, 화학섬유, 하이테크 시스템, 폴리머,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 클러스터는 그린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세계 최초로 CO2 네거티브 클러스터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이미 1990년부터 2017년까지 250만 톤의 탄소배출을 36% 감축했는데, 그 기간 동안 생산량은 17% 이상 증가했다. 켐포트 유럽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8% 탄소 감축을 달성하고 2050에 넷네거티브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 목표달성에는 에너지원 전환 4%, 바이오 스팀 사용 39%, 그리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57%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켐포트 유럽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디커플링(Decoupling)을 달성했다. 

 

▲ 켐포트 유럽의 2030 탄소 네거티브 목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동노력이 열쇠 

국가 단위의 넷제로는 기업의 넷제로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기업의 넷제로는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소비자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기업들의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해야 한다. 그것은 B2B 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 소비자들의 압력이 공급망을 타고 B2B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원에 접근성을 높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 성과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는 미국의 45Q 세법 조항이 좋은 예이다.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 

 대기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토양의 탄산염 또는 유기물 등 담체에 고정하여 지하 또는 지상의 특정 공간에 저장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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