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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물 중립! 탄소 중립만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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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물 부족 현상

 

 

미국 비영리단체 외교협의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2021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수십억 인구가 깨끗한 물이 부족한 ‘물 스트레스(water stress)’ 상황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온난화와 인구 증가의 영향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물 부족(water scarcity)은 물 공급 부족이나 부적절한 사회간접자본으로 물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발생한다. 물 부족 상황은 지역 간 차이가 크며 공공 보건, 경제 발전, 국제 무역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대량 난민을 발생시키고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전 세계 물 수요 중 70%가 농업 수요이며 19%는 산업용, 11%는 음용수를 포함한 생활용수다. 물 공급은 강, 호수, 저수지 등의 지표수에 의해 이루어지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지역에서 물 부족이 발생한다. 물론 절대적인 양 외에도 계절적 변동, 수질 및 접근성 등을 고려한 개념이다. 그리고 지역의 생태적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물리적 물 부족도 있지만 부적절한 사회간접자본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물 부족이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음용수가 부족한 것은 대부분 경제적 원인에 기인한다. 

최근, 물 문제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UN은 지속가능한 물과 위생 관리를 SDG(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물관리가 기아 해결, 건강 및 복지증진과 같은 다른 SDG 달성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명시적으로 물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UN은 물관리를 거의 모든 감축과 적응(mitigation and adaptation) 전략의 핵심 요소로 정의하고 있다. 

 

 

 

물-에너지-탄소 연계와 대응

 

취수, 정수 및 도수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어 온난화 가스를 배출한다. 도시의 물 공급은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12%, 지역 전기 사용의 6%를 차지한다. 따라서 물 공급 부문은 지역의 온난화 가스 배출의 17%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물-에너지-탄소가 연계되어 있어 물 사용 관리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연계 압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지자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3월 스마트 워터 매거진(Smart Water Magazine)은 그 해결을 위한 다섯 가지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 스마트 워터 매거진 © smart water magazine
* 지역 비거주 고객(non-residential customers;비거주고객): 거주주민이 아닌 상업/산업/공공 고객을 의미

 

 

기후 위험과 물 위험의 상관관계

▲ CDP 글로벌 물 보고서 2020 일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2020년 글로벌 물 보고서는 설문에 응답한 2,934개 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물 위험(water risk)의 잠재적인 재무리스크는 3천억 달러였지만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드는 비용은 550억 달러에 불과했다. 또한 110조 달러 이상을 운영하는 590개 이상의 투자회사에 기업의 물 안보(water security) 관련 위험, 영향 및 대응에 관한 정보 공시를 요구했다. 물 부족과 수질 악화는 기업 위험(business risk)을 제기하여 그 관리 수준에 따라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겨울 텍사스의 혹한과 2021년 대만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단수가 가져온 비즈니스 위기는 기후 위험과 물 위험의 상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후변화 효과가 강력해짐에 따라 물 위험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2021년 3월 블룸버그는 ‘커지는 글로벌 물 위험이 새로운 ESG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하며 물 위험에 초점을 둔 새로운 투자 펀드와 기업을 소개했다. 

 

▲ 2021년 3월 발행된 블룸버그 기사 (출처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3-31/global-water-crisis-creates-a-new-esg-market-green-insight)

 

그 예로, 토마스 슈만 캐피탈(Thomas Schuman Capital)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투자 가능한 물 지수(investable water indexes)를 개발했다. CEO인 토마스 슈만은 인류가 직면한 위험 10개 중 9개가 물부족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물관리 책임(water stewardship)에 우선순위를 둘수록 투자 또는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20억 달러의 AUM(Asset Under Management, 관리 자산)을 가진 미국의 캘버트 리서치 & 매니지먼트(Calvert Research and Management)는 약 5억 달러 규모의 캘버트 글로벌 워터 펀드(Calvert Global Water Fund)를 운영하고 있다. 캘버트 리서치 &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Jade Huang에 의하면 캘버트가 수질 관리, 효율적 물 사용, 글로벌 물 위기관리 등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 예로 정수 사업을 운영하는 다나허(Danaher)사와 담수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LG화학을 들었다.  


한편, 이러한 위험을 평가하여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비영리조직인 세레스(Ceres)는 VWI(Valuing Water Initiative)을 추진한다. 그 목적은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며 포용적으로 수자원을 배분하고 관리할 것인지와 그에 맞는 가격 결정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성 보고를 향상시키기 위해 물 관련 측정치와 공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의 자산운용사 DWS의 ESG 연구그룹장인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에 의하면, DWS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상장 주식의 물 위험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분석 항목은 담수 채취/소비, 물 집약적 운영, 물관리/전략/성과/정책, 그리고 물 관련 사고로 인한 비즈니스 위험 등을 포함한다. 동시에 물 관련 비즈니스 기회도 분석하고 있는데 특히 산업용 가스, 가정용품 소매업, 빌딩 제품, 재생에너지, 전문 화학물질 (specialty chemical)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 물과 관련된 ESG 이슈 자료 : World Economic Forum Aug. 20, 2021 (출처 : https://www.weforum.org/agenda/2021/08/rethink-esg-to-ensure-access-to-water-and-sanitation-for-all/)

 

 

 

에도 넷제로 positive가 있다

 

기후변화가 워낙 중대한 위기로 인식되면서 다른 중요한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현재 ESG 보고 체계도 중요한 위협과 기회 요소로 물 문제를 다소 소홀히 다루고 있지만, 점점 더 물 위험이 중대한 비즈니스 위험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 중립과 마찬가지로 물 중립(water neutrality)을 요구하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기업의 물 위험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넷제로, 즉 물 중립(water neutrality) 목표 제시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과감한 행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water positive’를 추구하는 기업은 물 집약적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기업이 운영에 투입한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BP, 페이스북(Facebook), 갭(Gap) 등이 몇 년 이내에 자신들의 직접 영업에서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보충하겠다고(replenish) 약속했다. 펩시콜라(PepsiCo)는 전체 밸류 체인을 재검토하여 2030년까지 물 중립을 달성하고 물 사용을 50% 감소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예를 들어, 펩시콜라의 멕시코 브랜드인 사브리타스(Sabritas)는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공동으로 노력하여 제품 성분 가공 공정에 사용한 물을 재사용할 수 있게끔 처리한 후, 다른 식품 공장에서 감자 세척용으로 사용해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P&G는 204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 더 나아가 다운스트림, 즉 고객의 물 사용까지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종 특성상 전체 물 발자국의 80%가 면도, 세탁, 청소, 샤워, 식기 세척 등 소비자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케아(IKEA)도 지난 8월, 2030년까지 ‘water positive’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투자회사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630억 달러 자산을 운영하는 네덜란드의 액티엄(ACTIUM)은 세계 최초로 투자 전략에 물 위험과 기회를 반영했다. 즉, 2030년까지 자신의 투자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모든 기업의 물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적극적 소유권 행사, 즉 관여(engagement)와 표결(voting), 배제(exclusion) 그리고 ESG 통합(Integration) 투자전략을 사용한 물 위험 관리 등이 있다

 

 

 

글로벌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떠 오를 물 중립

▲ CDP26 © BBC NEWS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인 석탄 발전의 완전 중지(phase-out)에 합의하지 못하고 축소(phase-down)하기로 하는 등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나마 내년에 각국이 보다 강화된 NDC(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가지고 논의하기로 하고, 미국과 중국이 막판에 기후변화를 위한 공동노력에 합의하여 희망의 불씨는 살려 놓은 셈이다. 그중에서도 평가받을 만한 진전은 기후 행동(climate action)에 있어서 자연과 물의 역할을 처음으로 강조했다는 점이다. 향후 국가 간 공동 논의나 산업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물에 관한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 예상된다.
물 문제는 그 자체로서 기후변화만큼 중요한 주제이다.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수자원은 기후변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 기업이나 투자회사에서 물 관련 위험과 기회를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탄소중립 뿐 아니라 물 중립을 선언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에게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더 나아가 글로벌 영업 환경에서도 또 하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물 이슈에 관한 전향적 대응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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