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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업계의 새로운 드레스 코드 'ESG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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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충실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통령’이라 불리는 美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앞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ESG를 필두로 지속가능한 경영에 집중하리라 전망합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에서 투자업계는 새로운 시대 기업 경영의 ‘드레스 코드’는 ‘ESG’라고 콕 집어 말합니다. 멋진 파티에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듯 앞으로의 기업 경영 활동에는 ‘ESG’라는 그린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 ESG 채권이 도대체 뭔 데?

 

회사채(會社債, corporate bond)는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중 혹은 투자기관으로부터 빌린 채무입니다. 자금을 빌려준 채권자는 주주들의 배당에 우선하여 이자를 지급받습니다. ESG 채권(ESG 본드)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입니다. 

ESG 채권은 크게 세 분류로 나눠집니다.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그린 본드(Green Bond, 녹색 채권), 사회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소셜 본드(Social Bond, 사회적 채권), 그리고 그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춘 지속 가능 본드(Sustainability Bond)가 있죠. 

녹색 채권은 2007년 처음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유럽투자은행(EIB)이 약 8억 달러 규모의 ‘기후 인식채권(Climate Awareness Bonds)’을 발행한 것을 시초로 이후 2013년에는 국제금융공사(IFC)가 10억 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하고 1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부동산 업체 바사크로난(Vasakronan)은 최초로 ‘녹색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 형성을 본격화했고, 2016년에는 폴란드가,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가 녹색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지금까지 녹색 국채를 발행한 나라는 2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정부가 5억 달러 규모의 ‘녹색·지속 가능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올해 들어선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이 녹색 채권 발행에 뛰어들기도 하고요. 녹색 채권 인증을 해주는 국제 민간단체 CBI(Climate Bonds Initiative 기후채권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2월까지 전 세계에 발행된 녹색 채권의 누적 금액을 1조 달러(약 1124조 원)로 집계합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재생 에너지 산업(35%)에 가장 많이 투자됐으며, 이어서 저탄소 건축(26%), 친환경 교통 시스템 구축(19%)에 비중 있게 사용되었습니다. 

출처: 블룸버그NEF
출처: CBI

| 국내 ESG 채권 발행 현황 – 공기업 · 금융업 · 일반기업까지 200% 초고속 성장 

 

국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기업과 금융회사 위주였던 ESG 채권 발행 시장에 제조업 등 일반 기업이 가세하면서 올해 채권 발행액은 벌써 지난해 전체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 2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소아마비 백신 품질관리 설비 증설 △산업재해 예방 시설 개선·교체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8,2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된 지속가능본드를 발행했습니다.

 

 

국내 ESG 채권발행 추이/출처: 금융투자협회, KB증권

 

 위 그래프와 같이 국내 ESG 채권 발행은 월 단위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외 대표 기업들의 ESG 채권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네이버가 올해 3월, 5월 총 8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외화 ESG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네이버는 이번 지속가능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프로젝트(데이터 센터와 사옥에 대한 에너지 절감, 재생 에너지 사용 등의 최첨단 친환경 기술 적용)와 사회공헌 프로젝트(디지털 활용능력 강화, COVID-19 위기 대응 지원, SME/창작자/스타트업 상생, 양성평등·저소득층 고용 등)에 사용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러한 지속가능 채권 발행을 통해 네이버는 ESG 이니셔티브를 홍보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으며, ESG 채권 발행에 대한 높은 수요로 가산금리를 68bps로 축소하는 등 효과를 보았습니다.


아마존(Amazon)은 △재생에너지, △청정 운송 수단, △친환경 건축물, △Affordable Housing, △사회경제발전 및 역량강화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 본드 발행을 발표했습니다.(2021년 5월 11일). 아마존은 2040 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을 제로에 도달하고 2030 년까지 재생 에너지로 모든 운영에 전력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자사 근로자 및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발표로 아마존은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업이 호황을 누렸지만 근로자의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아 비난을 받아온 것에 대한 비판을 해소시켰습니다.

 

 

 

ESG 채권이 주목받는 이유

 

글로벌 기후 변화와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국가 경제의 전환 및 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에 기반한 글로벌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채권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띕니다. ESG 채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야만 산다!’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ESG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ESG 붐은 최근 국내에서도 경영과 투자의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투자자 수요와 지속 개발 활동에 필요한 자본 조달 등을 위해 국가적인 ESG 채권 발행이 다양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낮은 금리로 더 저렴하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발행시장에서 ESG경영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채권 발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습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 금리도 낮추고 이미지 제고도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3. 고객도 원한다! 투자 기관의 수요 폭증 

기업이 앞다퉈 ESG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최근 투자 기관의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정책적으로 ESG 채권 투자를 확대하고 자산운용사들도 잇달아 ESG 펀드를 설정하고 있는데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낮은 금리로 빌리며 ‘친환경 기업’이라는 인식도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 3대 연기금으로 7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도 투자에 있어 ESG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ESG 채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국민연금 EGS 투자 추세

 

 

| 무늬만 ESG채권이 되지 않도록,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해!

 

 

ESG 채권 발행은 일반 회사채 발행과 다르게 별도의 인증 절차가 요구되어 ESG 인증 수수료 부과는 물론 약 2주 간의 인증 시간이 소요됩니다. 수수료도 들고 절차가 복잡하지만 대외신인도 제고(언론 홍보 및 ESG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 거래소 상장수수료 및 연부과금 면제 등 기대 효과가 크기에 채권 발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ESG 채권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그린 워싱˚ 등 ESG 채권의 적격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린 워싱? 

기업 활동이나 제품의 환경적 속성을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로 시장에 제공하여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려는 기업 행동을 의미한다. 

 

그 예로 스페인의 이동통신 회사 ‘Telefonica’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통신망을 구리에서 광섬유로 대체하는 자금 조달용으로 10억 유로를 발행하며 외부기관의 인증을 수취했지만, 섬유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그린 투자인지에 대한 일부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이탈리아 가스회사 Snam의 경우, 일부 투자자들이 채권의 친환경 용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기존의 화석연료 사업을 지원할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EU는 국제자본시장협의회(ICMA)의 자율 원칙을 대신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법적 구속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그간 민간 중심이었던 ESG 기준 이외에 유럽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그린 워싱의 잠재 가능성을 제거하고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의 체계화 작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녹색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처가 적절했는지(즉, ESG 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프로젝트, 사업 등에 이용되었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와 관련 내용 공시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 ICMA는 상기 4가지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외부검토(통상 회계법인) 받을 것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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