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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석유화학의 판도를 바꿀 '샤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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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22년 기준 세계 시가총액 1위 회사 아람코의 대주주이자
국내 정유기업 S-Oil의 대주주인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의 방한에 맞춰 S-Oil은 샤힌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석유에서 화학으로(Oil to Chemical)’라는 슬로건을 걸고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 확보 프로젝트입니다.

 

S-Oil은 업스트림(upstream)에서 다운스트림(downstream)까지 사업을 다각화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잡게 됐습니다.

1)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2) 정유사가 왜 석유화학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인지,
3) 그래서 기존 석유화학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샤힌 프로젝트란?

샤힌(Shaheen)이란 아랍어로 ‘매’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S-Oil은 정유사에서 종합석유화학 기업으로의 매처럼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울산시에 약 9조 2580억원을 투자해 연산 약 320만톤 규모의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2026년 4분기 상업가동을 시작해 2030년까지 S-Oil은
석유화학 제품의 비중을 25%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2018년 완공된 약 5조 3600만원 규모의 울산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후속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투자는 엑손모빌(ExxonMobil)-사빅(SABIC) JV가 투자한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 설비 美 ECC(Ethane Cracking Center)의 에틸렌 생산 능력과 동일한 규모로
한국에 대한 아람코의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이자
미래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람코의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s,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 신기술이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사용된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 합니다.

 

S-Oil 같은 정유사의 주요고객은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기존 석유화학 기업입니다.
정유사가 납사(Naphtha)를 공급하면 석유화학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파트너십 관계입니다.

하지만 정유사가 석유화학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되면
원가경쟁력, 벨류체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우리 같은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반갑지 만은 않은 소식이었습니다.

이미 국내 정유업의 과점사업을 하고 있는 S-Oil이 막대한 규모의 투자로
석유화학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2) 정유사가 왜 석유 화학 사업으로 진출 하나요?

유례없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S-Oil은 
핵심역량 및 자원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래서 시장 관계자들은 수익성 확보 이외에도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유사가 본격 석유화학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는 증가하고,  석유 수요의 감소시점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석유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자동차용 연료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만 보더라도 22년 상반기 신규등록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8.4%,
하이브리드 및 수소차량까지 합치면 약 25.8%로  
전기차의 보급은 내연기관차량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발전분야에서도 석유 및 석탄 발전원 비율도 2011년 46.7%에서 21년 35.1% 로 떨어져,
원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이 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둘째, 석유를 팔아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입니다.

실제로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은 국제 유가상승으로 다들 힘든 시기에
정유사만 큰 이익을 얻고 있다며 고통 분담을 위한 횡재세* 징수로
정유사들을 압박한 적이 있습니다.
  * 횡재세: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기업에게 그 초과분에 보통소득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소득세

유럽연합 역시 에너지세를 걷겠다고 공표하자
美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은 횡재세 부과를 막기 위해 소송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유가가 오르는 시기에 정유사의 실적은 매우 좋지만
유가 하락시기에 막대한 적자를 보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S-Oil은 2020년 코로나 파동으로 약 1조원의 가량의 적자를 봤다고 합니다.)

이러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S-Oil 역시 사업다각화를 모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최근 글로벌 ESG 비즈니스 트렌드 확산에 대응해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입니다.

최근 국내 포스코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가 회사채를 발행 하려하자
석탄을 태워서 전력을 생산하는 환경오염 사업에는 투자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없어서 못 파는 귀한 회사채였는데 말이죠.

이런 ESG 트렌드에 맞춰 기존 정유사들은 정유사업에서 석유화학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기존 석유 화학 기업의 대응은?

 

최근 12개월 간 에틸렌 스프레드가 약 59% 급락하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S-Oil은 샤힌 프로젝트 신규 투자로 국내 에틸렌 총 1257만톤 중 14% 수준의 생산규모를 확보하며
우리에게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경쟁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S-Oil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내 4대 정유사 중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을 통해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에 진출했고,
GS칼텍스 역시 올레핀 생산시설(MFC)를 통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고 선포했습니다.
SK에너지 또한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도심형 분산전원 및 전기차 충전기 보급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육상 운송용 연료 수요 감소를 앞두고 정유업체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을 다각화하고,고부가 사업을 통해 장기 위협요인을 상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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